삶의 조각들

[연극치유-연구소]-게임중독-10대-남아,-현실-속-재미를-찾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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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첫 상담은 쉽지 않았다. 아이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에 나는 고민 끝에 처음으로 출장 상담을 나가게 됐다. 내가 집에 잘 찾아올 수 있도록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안내해주셨고, 집에서도 우리를 위해 제철과일로 만든 스무디와 유기농 다과를 내주셨다. 그리고 집 안은 적절한 온습도를 갖춘 소음도 전혀 없는 쾌적하고 아늑한 곳이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정말 완벽한 부모였다.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빠짐없이 지원했고, 집의 위치와 구조는 물론 아이가 먹고 자고 노는 시간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며 가장 효율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려 애썼다. 빈틈이 없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집 안에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공부할 수 있는 공간도, 쉴 수 있는 공간도, 놀 수 있는 공간도 모두 잘 갖추어져 있었다. 아이가 시간을 낭비할 틈은 없었고, 무엇 하나 우연에 맡겨지는 일도 없었다. 어머니는 늘 아이를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선생님, 이상해요. 이건 공부가 아니잖아요.” “몰라요. 그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제대로 안하면 엄마가 안좋아할 거에요" “게임만큼 재밌는 건 없는 것 같은데" “집이
송명진
  • 5달 전
  • 6
[연극치유-연구소]-고부갈등-끝에-이혼한-30대-여성,-아이와-함께-나를-되찾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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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소에 먼저 찾아온 분은 그녀의 시어머니였다. 며느리를 자신의 딸처럼 여긴다고 말하던 시어머니는 며느리에 대해 쉼 없이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의 대부분에는 '사랑'과 '걱정'이라는 표현이 담겨 있었지만 그 속에는 이해보다는 판단이 더 많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긴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랑'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  며칠 뒤, 며느리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시어머니가 묘사한 인물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우울증을 앓고 있었지만 무례하거나 미성숙한 어른은 아니었다. 준비되지 않은 출산과 오랜 양육으로 인해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아이엄마였다. 화장기도 생기도 없어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아주 지쳐보였다. 아이를 키워본 이들은 보지 않아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얼굴이 쉽게 그려질 것이다.  ​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남편과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 "어머님은 저를 마음에 안들어하세요. 외모 지적하고, 육아 간섭하시는 게 너무 화가 나요." "저도 자식이 있어서 어머님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남편에게 가장 화가 나요." "남편은 대단한 효자에요. 제가 어머님
송명진
  • 5달 전
  • 5
[연극치유-연구소]-화를-참지-못하는-10대-남아,-처음으로-누군가를-믿어보기까지
8
 한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의 아이가 곧 정신병원에서 퇴원을 하는데, 믿고 맡길 치료사를 찾고 있다고 했다. 몇 년 동안 여러 상담사들을 만났지만, 상담이 오래 이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아이가 가지 않거나, 결국 상담사들이 먼저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었다고 했다. 나는 상담을 결심하고 조심스럽게 어머니께 아이가 정신병원에 가게 된 이유를 물어봤다. 자신이 일을 나간 사이 아버지와 큰 다툼이 있었는데 아이가 홧김에 자신의 방에 불을 지른 것이었다. 이를 지켜본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했고, 상황을 조사한 경찰은 정신병원 강제입원 조치를 내렸다고 했다. 화재에 가족 모두가 경악했다. 그리고 아이는 가족이 자신을 버렸다고 느끼며 깊은 분노를 드러냈다고 했다.     아이를 처음 만난 날, 예상했던대로 아이는 나를 쉽게 신뢰하지 않았다. 상담이 이어지는 동안 다리를 심하게 떨고 머리를 여러 번 쓸어 넘기는 모습이 반복되었고, 점차 인내심이 한계에 가까워 보였다. 건성으로 대답하며 핸드폰으로 시간을 자주 확인했고, 언제 끝나는지 물을 때만 잠시 시선을 맞췄다. 아이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동시에 감정적으로는 무기력하고
송명진
  • 5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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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치유-연구소]-위험한-만남을-멈추지-못하던-10대-여아,-사랑-받고-싶었던-마음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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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를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마음의 문을 단단히 걸어잠근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애썼다. 여러 번의 만남 끝에 그 아이가 '그림'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때 가장 편안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 아이가 그리던 그림은 늘 비슷했다. 종이 위에는 언제나 '예쁜 여자'와 '닫힌 문'이 등장했다. 만나는 시간마다 그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수많은 예쁜 얼굴들과, 굳게 닫힌 문을 반복해서 그려 나갔다.  ​  그리고 나는 굳게 닫힌 문이 상징하는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어쩌면 그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쉽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방어의 상징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경험이 있었거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위험하다고 느꼈으리라 짐작했다. 또 다른 의미로는, 누군가가 들어와 주기를 기다리는 마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아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그 문을 두드려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
송명진
  • 5달 전
  • 7
[연극치유-연구소]-고립생활을-하는-30대-남성,-다시-사람-곁에-서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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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30대가 되기까지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고, 어머니가 마련해준 전세집에서 홀로 살아가는 청년이었다. 아들의 미래가 걱정되었던 어머니가 직접 의뢰를 하셨고, 흔치 않은 일이지만 저항 없이 본인이 연구소로 직접 찾아왔다. 약속 시간에 늦은 그는 인사를 깍듯이 했고 늦은 일에 대해 계속 미안해했다. 이렇게 첫 상담이 시작되었고 생각보다 아주 편안한 대화를 해나갔다. 같은 성별이라는 점이 그를 편안하게 했던 것 같다.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그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스스로 털어놓았다.  ​ "아버지는 친척 형들과 저를 항상 비교했어요." "어머니는 저를 아주 좋아하세요. 어머니 같은 여자를 만나고 싶어요. 하지만 이 세상이 그런 여자는 없겠죠." "남자들은 솔직히 불편해요. 저를 시기하는 것 같아요." "이 세상엔 가짜가 너무 많아요. 진짜인 척 하는데 역겨워요." "혼자가 편해요. 여자들은 까다롭고, 남자들은 절 안좋아할테니까요." "이건 비밀인데, 저를 누가 자꾸 따라다녀요. 그리고 저를 향해 말을 해요. 듣기 싫은데도 들려요." ​  아버지는 자신의 가족보다 친형제와의 체면을 중시하느라 가정에 소홀하셨고, 어머니는 어린 자식을 키우느라 힘든 시간들을 보내셨
송명진
  • 5달 전
  • 4
[연극치유-연구소]-화를-내지-못하는-40대-여성,-자신의-목소리를-찾기까지
5
 단정한 옷차림에 시종일관 웃는 얼굴을 하고 계신 중년 여성이었다. 태어나서 거의 화를 내본 적이 없고 거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고통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살아온 삶도 무던하게 굴곡이 없이 평범했다고도 말했다. 두 딸도 어느 정도 키워놓았고, 남편도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고, 다니는 직장도 다닐만한데 문제는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불편하고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일단 관계가 형성이 되면 외적으로는 갈등은 없지만 내적으로는 심란한 마음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 "거절하기가 어려워요." "친해지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갈등이 생길까봐. 제 주장을 못하겠어요." "사람들이 마음에 안들어할까봐, 화를 낼까봐 무서워요." ​  유년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자주 등장하던 인물은 '아버지'였다. 평소 가족들에게 정성을 쏟고 '부모 역할'을 엄격하게 해오신 아버지는 화가 나셨을 때 아주 무서운 분이셨다고 한다. 아버지가 든든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불안과 공포를 느낀 것이다. 우리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 삶은 현재 안정된 삶의 바탕이 되었고, 분노하시는 아버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경
송명진
  • 5달 전
  • 3
[연극치유-연구소]-외모에-집착하는-10대-여아,-있는-그대로의-자신을-바라보기까지
4
 자신의 딸이 외모에 집착할 뿐 학교생활이나 미래에는 관심이 없어서 걱정이라며 연락을 주셨다. 최근의 문제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치고 박고 싸우는 일이 많고 종종 가출을 하는데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과거엔 매일매일 전쟁과 같은 하루를 보내며 딸과 대립했지만 지금은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치료해보고자 연락을 주신 것이었다.   아이의 첫 인상은 아이돌 같이 예쁘고 장신구도 화려해서 평범한 학생처럼 보이진 않았다. 엄마가 어르고 달래서 데려온 것이라 적극적이기보다는 팔짱을 끼고 거리를 두며 지켜보는 태도였다.  ​ "저 연기 못해요. 오그라들어요." "아빠는 어린 애 같아요. 맨날 화 내고 투정하고" "전 너무 못 생겼어요. 다들 마르고 예쁜데..." "남자친구랑 같이 살고 싶어요." ​  이 아이는 자신이 굉장히 부족한 사람이고 못생겨서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재로는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외모를 가졌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상담 시간동안 우리가 나눈 대화는 '성형'과 '남자친구'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후로 며칠 뒤 대화가 즐거웠는지
송명진
  • 5달 전
  • 4
[연극치유-연구소]-말이-없는-10대-남아,-자신의-이야기를-꺼내기까지
3
 그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조금은 놀랐다. 초등학생 치고는 키도 크고 덩치도 있어서 그 나이로 보이지 않았기도 했지만 그에 비해 목소리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외모와 어울리는 목소리와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이 아이는 보기와도 너무 다르게 소극적이고 표정이 없었다. 아이 엄마의 걱정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말도 잘 듣고 동생들도 잘 돌보던 아들이 고학년이 되더니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우는 일이 잦고 동생들에게 자주 화를 낸다는 것이었다. 폭력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이의 첫인상에서 왠지 모를 가여움이 느껴졌다. 아이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림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그렸고, 그 주인공이 다양한 무기를 갖춰나가며 강해진다는 내용이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악당을 잔인하게 처단하는 것으로 끝난다. 우린 이 내용을 연극으로 표현해보았다.  ​ "저희 반에 진짜 나대는 애가 있는데요, 혼내주고 싶어요." "동생들이랑 놀아주는 게 너무 힘들어요" "(자신이 만든 무기를 들고) 정말 쏴봐도 돼요?", " 그럼! 의자가 미사일이라고 생각하고 멀리 던져봐!" ​   그 아이는 '하면 안되는 것들'을 열심히 지키고 사는 이른바 '착한 아
송명진
  • 5달 전
  • 6
[연극치유-연구소]-이혼-후-혼자-살고-있는-30대-여성,-무너진-마음을-다시-세우기까지
2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친절하고 차분했다.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우울증 약을 복용한지 3년이 되던 때였다. 만나기 전에 통화로 나눈 대화도 잘 기억하지 못했고, 상담이 진행되고나서도 상담내용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생기가 없지만 엹은 미소를 항상 유지하던 그녀는 두 아들과 교육철학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 진지하면서도 적극적인 활기를 띄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죠?" "제 자식들이 불쌍해요" "제 부모님이 너무 미워요" "제 머리엔 아무것도 없어요. 텅 비었어요"  "사라져버릴까봐 두려워요" ​  그녀는 부모님을 존경하면서도 많이 어려워 했다. 부모님 말씀을 한번도 거역해본 적 없이 자란 소위 '착한 딸'이었지만 혼전 임신으로 계획에 없던 결혼을 하게 되자 부모님과의 관계가 불편해진 것이다. 그리고 후로 닥친 모든 상황들도 준비되지 않은 그녀에겐 아주 혹독한 시련이었다. 우당탕탕 결혼생활은 시작됐고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부모님은 사위를 못마땅해 했다. 부모님과 남편 사이의 관계에 지친 그녀는 부모님을 택했다.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됐고 양육권도 포기했
송명진
  • 5달 전
  • 2